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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공부

유열의 음악앨범(2019)

by 밝지 2019.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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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영화를 보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보고 싶었다. 딱히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생각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이 좀 끌리긴 했지만, 워낙 관람객 평점이 낮아서 이걸 봐야 할 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아 그래도 영화 보고 싶은데... 집에만 있기 싫은데...' 뒹굴 거리며 인스타그램 피드를 올리다 김고은 배우가 영화 홍보를 위해 부산에 간다는 사진과 글을 보았다. 며칠 전 정해인 배우의 힘들다는 뉘앙스의 인스타그램 글도 생각났다. 이래 저래 주연 배우들이 영화 흥행을 위해 참 필사적이네 하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문득 '열심히'가 보상 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 관람객 평점을 꼼꼼히 보는 편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의 호평과 혹평을 각 한 줄로 요약하면, 호평, "정해인 얼굴을 크게 볼 수 있다.", 혹평, "모든 것이 우연으로 전개된다."였다. 영화를 보고 나니, 호평과 혹평 모두 사실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별로였냐고? 개인적으로는 그 두 가지가 어우러져 꽤 볼만했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은 무척 평면적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고은은 독립적이며, 정해인은 답답하고, 언니는 꿎꿎하다. '아 정말 사람 안 변해. 시간이 흘러도 정말 안변하는 구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이퍼 리얼리티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주인공들을 가지고 매우 현실적인 전개로 갔다면 어떨까? 그런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그냥 자기 과거 돌아보면 될듯.

지극히 평면적인 '우리와 같은' 인물들이지만, 우연에 기대는 전개 덕분에 영화는 꿈 같은 결말로 마무리 된다. 현실성이 떨어져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 좀 부럽다. 현실은 그냥 그 속에 있는 것 만으로도 힘든데 영화관까지 가서 봐야하나. 현실을 보고 싶은 사람은 지금 처한 현실이 꽤 마음에 드는 걸까. 

 

 

2. 김고은의 재발견

개인적으로는 정해인 얼굴 크게 보러 갔다가 김고은에 이입되어 눈물 몇 방울 흘리고 온 케이스. 정해인이랑 연애하는 것만 빼면 그냥 나 같다. 너무 나 같아서 안쓰럽고, 극중  미수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뭐 그랬다.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먹고 살기를 선택했지만, 스스로 후지다는 생각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기를 망설이는 미수의 모습. 전부 내가 선택 한 건데 왜 이런 걸까 탄식하며 오열하는 미수까지. 그냥 나 같았다. 학교는 또 왜 이대를 나와가지고... 감정 이입 두 배 세 배

어디서 봤는지는 생각이 안나지만,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좋아하는 일'이라는 문장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돈다. 영화에서 미수도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조금 작아도 하고 싶은 일과 좀 더 닮은 일을 하며 조금이나마 편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며, 오래 걸려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두렵지만, 지금처럼 스스로 후지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성찰충은 연애 영화 보고 와서 또 성찰하구요 

 

 

 

3. 친구들아 행복하자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나와 같은 30대 여자라고 한다. 내가,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스스로를 후지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을 하며, 그렇게 조금씩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유열이 누군지도 모르는 90년생이지만, 스스로의 행복을 바라고, 그를 위해 작은 시도를 멈추지 않는 30대 여성으로서 75년생 미수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그런 영화였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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