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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공부

나의 역사 (2002)

by 밝지 2019.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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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사회 시간.

'나의 역사'라는 주제로 한 편의 글을 써오는 숙제가 있던 걸로 기억한다.

 

***

 

 

1. 나의 역사

청량중학교 1학년 7반 박지영

1990년 1월 8일... 서울시 구이동 방지거병원에서 "응애 응애"하는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니... 그것이 바로 나의 탄생을 알리는 소리였다. 1월에 태어난 나는 90년생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생일을 가지고 있어서 89년생과 친구처럼 지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도 7살에 들어갔다. 부모님은 내가 다른애들보다 어려서 혹시라도 못따라갈까봐 걱정을 하셨다고 한다. 지금 잘 따라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괜한 걱정을 한 듯 하다고 하시는데, 그럴 때면 기분이 참 좋다.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는 그냥 여러 아이들 사이에 묻혀 살면서 내 특기나 소질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4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학생 발명품 경진대회'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굴러가지 않는 리코더'라는 발명품을 고안해 그 대회에서 큰 상을 받게 되면서 나는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덕분에 과학과 관련있는 수학까지 잘 하게 되었고...

그런식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다른 모든 면에서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5학년때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천체 쪽에 관심이 대단하신 분이 담임선생님이 되시면서 나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더 키워주셨다. 그동안은 그저 교과서에 나오는 거나 달달 외우고 공부했었는데, 그 선생님은 한 발짝 앞서 나가셔서는 아직 나에게는 미지의 세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우주'라는 곳을 친근하고 무지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주셨다. 덕분에 나중에 우주에 대해 공부 할때도 그리 어렵지 않고 친근했고, 밤 하늘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낭만을 알게되었으며, 그 영향은 아직까지 나에게 남아 있어, 나는 지금 천체관측반 활동도 하고 있다. 나는 그 뒤로도 나의 관심 분야인 과학을 다른 과목보다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4학년 때 이후 받은 상장들을 훑어보면 유독 과학에 대한 것이 많은 덕분에 6학년 때는 과학 어린이로 뽑혀서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든 금메달을 받기도 했다.

 

2. 친구에 대하여 

나는 친구를 그리 많이 사귀지는 않는 편이다. 나는 친구를 사귀는 데에 매우 까다롭다.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는 친구는 적지 않은 편이지만, 진짜로 친구라고 생각하는 애들은 내 까다로운 선입견을 뛰어넘은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친구한테 참 많이 동요되는 것 같다. 6학년 때 친하게 지내던 클릭비 팬 친구가 있었는데, 반 년이 지나자 어느새 그 친구에게 동요되어 나도 클릭비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고, 지금은 나도 열렬한 클리비 팬이다. 한 연예인의 팬으로 지내는 청소년들을 안좋은 눈초리로 보는 어른들이 많지만, 그 연예인의 팬으로 지냄으로써 살고자 하는 의욕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3. 나에게 할머니란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죽도록 슬픈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어렸을 때부터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일이다. 그 때는 정말 나도 죽고싶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지만, 곧 할머니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잘 살고 있다.

나는 부모님과 돌아가신 할머니께 부끄럽지 않은 딸. 매사에 열심히인 사람. 영원한 클릭비 팬으로서 앞으로 내 인생을 살고 싶다. 나중에 또 이런 나의 역사를 정리하는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좀 더 나은, 좀 더 멋진 내용을 자랑스럽게 쓰고 싶다.

여기까지가 2002년의 글.

영원한 클릭비의 팬으로 살고 싶었던 매사에 열심히인 우주를 동경하던 소녀에게 왠지 미안해진다. "좀 더 멋진 내용을 자랑스럽게 쓰고 싶다."

그리고 위 두 줄은 2013년 10월의 문장.

애석하게도 2019년 10월의 박지영은 여전히 2002년의 우주소녀에게 미안한 삶을 살고 있다. 부디 내년 10월에는, 아니 내 후년 10월이어도 좋으니, 멀지 않은 미래에 좀 더 멋진 '박지영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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